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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goon | 2012/02/02 10:50 | ▣ 챕터 : 작업실 ▣ | 트랙백 | 덧글(0) |
20100901 - 근황
9월. 근 2주간에 걸쳐서 크고 작은 비가 이곳에 내리고 있다. 본디 비를 그다지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잦은 비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한다. (사실 눅눅한 것이 너무 싫다.)

월초부터 상콤하게 야근을 마무리 하고 집에 들어가려고 하니 뭔가 허전하다. 결국은 합주실에 들어가 간만에 노래 연습 좀 하고 짐 정리를 하고 나오니 배가 고픈 것이다. 가판대 음식을 사먹은지 꽤 오래된 느낌이 나는데 어쨌건 간에 지나가다 떡볶이 가판대로 들어가 인상 후덕한 주인 아저씨 분께 떡볶이 한 그릇을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예전엔 나도 낯가림이 참 심했던 것 같은데.. 요샌  그런게 그다지 없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시작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르신, 사시는 곳이 어디신가요?"
"아, 저는 마포역 인근에서 살아요. 손님은 어디 사시는데요?"
"저는 대흥역에서 살아요. 서강대 바로 옆입니다."
"아, 그러면 학생이신가?"
"아뇨. 직장인이에요. 오늘은 야근이 있어서 조금 늦었네요."
"아.. 그러면 군대는 다녀오셨고?"
"네. 제대한지 6년 되었네요."
"전혀 그렇게 안보이는데 참 젊어보이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집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가겠네요?"
"네~ 마포역이라면 그래도 얼마 안걸리지 않으신가요?"
"아뇨. 걸어서 가면 30분 넘게 걸려요. 그래서 요샌 자전거를 쓰는데 참 괜찮습니다."

자전거 예찬론을 잠깐 펼치시더니, 자동차 얘기를 꺼내신다.

"우리나라 참 문제 많아요. 자원하나 안나는 나라에서 무슨 자동차를 저렇게 많이 타고 다니는지.. 셋방살이 하는 사람들도 차 끌고 다니니 말 다했죠."
"음, 그점에 공감합니다. (솔직히 조금 찔린다.) 사실, 이웃나라 일본만 봐도 교통비가 어마어마해서 사람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상당히 높은데 말이죠."
"차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세금을 대폭 올려 징수해서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야 해요. 게다가 요새 차 끌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열이면 열 전부 여자들 끼고 다니더군요. 문제 있어요."

여기서 떡볶이 아저씨의 남녀론 등장! 들으면서 간만에 재미있게 웃었다. 어르신이 하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라서 뭐라고 반박할 계제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서.. 이 부분에서는 조용히 말씀하시는 것을 경청하고 있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만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정말 괜찮다 싶으면 이것저것 다 해주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인지라.. 쿠쿠~

화두를 돌려서 정치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음~ 이거 대화가 좀 길어지기 시작한다.

"요새 고위 공직자들 문제 많아요. 뭔 놈의 총리 후보가 자식 교육시킨다고 위장전입 문제가 대두되질 않나.. 암튼 자격미달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너무 그런게 많이 보이네요."
"아.. 그렇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 전 거기에 동의하지 않아요. 부패야말로 더불어 사는 사회의 가장 큰 적이 아닐까요?"
"예. 김영삼, 김대중.. 등등 부패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었죠. 본인이 깨끗하면 자식 놈들이 뒷돈먹고 말이죠. 대한민국은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있을 때 더 잘했어야 해요. 그러면 훨씬 더 잘 살았을텐데.."

음.. 역시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출신 지역이 어디신가?"

여기서 잠깐 갈등을 좀 했다. 거짓말을 하긴 싫은데.. 아무래도 정치적인 얘기가 나오니 본인의 출신 지역에 따라 얹짢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신것 같아서 그냥 사실대로 말했다.

"광주입니다. 전라도 광주에요."
"아. 광주요~ 내가 군대를 광주에서 나왔는데.."

드디어 군대얘기다. 대한민국 예비역 남성들에게 가장 쉬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제.

"언제 다녀오셨어요?"
"70년에 다녀왔죠."
"와~ 정말 오래되셨네요."
"3년 있었는데 충장로, 농성동 이런 곳에서 놀았죠. 예전 생각이 나네.. 손님은 군대 어디 다녀오셨어요?"
"아.. 저는 화천입니다. 강원도 화천이에요."
"어, 제가 고향이 강원도인데. 춘천사람이에요."

어렴풋이 6년도 더 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오래간만에 떠올리는 기억인데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오히려 생생하게 남아서 30분 이상 떡볶이 아저씨와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어르신 잘 먹었습니다. 많이 파세요. ^^"
"아이고 어르신은 무슨요. 다음에 또 오세요. 많이 드릴께요"
"네! 감사합니다."

최근엔 오히려 모르는 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들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하고 풍부한 피드백에 매료된다고나 할까. 삶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우러나오는 애환같은 것들.. 그것을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나에겐 그러한 것들 하나하나가 달달한 재미를 줌과 동시에 쓰디쓴 약과도 같은 것들이 참 많다고 느껴진다.

2010년 9월 1일. 29살의 비 내리는 거리의 가판대..
by Dragoon | 2010/09/01 02:35 | ▣ 챕터 : 일기장 ▣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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